권신 창의 손에 의해 부모와 떨어져 12살의 나이에 꼭두각시 임금으로 옹립된 임금, 세연. 겉으로는 우군인 척하며 창의 눈을 속이고 뒤에서는 자신의 신하들과 함께 바로 일어설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창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으킨 전쟁에서 자신이 멸망시킨 다비국의 공주, 가림과 마주치게 된 후 그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가림은 무감각하게 살아오던 자신과 똑같은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 창을 쓰러뜨리고, 더불어 죽어버린 가림의 마음을 되살려내기 위핸 세연의 노력이 시작된다.
“그건 이제 그대 것이야. 내가, 그대에게 준 것이다.”
보통 사람처럼 분노하고 경멸하고 눈물을 흘렸다면, 오히려 세연은 가림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녀가 절망감에 자결을 하더라도 자신의 계획을 꾸며나가는 것만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림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한쪽에 물감을 바른 다음 반으로 접었다가 펼친 종이처럼 똑같은 무늬를 가진 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맞닥뜨려버린.
“이상한가?”
가림은 그렇게 묻는 세연을 바라보며 낮게 대답했다.
“누가……이유 없이 뭘 준적 없어요.”
“그렇다면 내가 처음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세연은 한 발자국 다가가 가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한의 여인들처럼 비녀나 가채를 하지 않고 그냥 빗어 내린 긴 머리카락은 벌꿀에서 뽑아낸 것 같았다.
“상처는 다 나았나.”
가림은 대답하는 대신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나무껍질에 긁혀 까졌던 상처는 이제 다 아물어 딱지만 남아 있었다.
“그대는 언제쯤 알까.”
그 중얼거림에 담긴 의미를 가림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에 다가와 적요하지만 끊임없이 맴도는 세연이라는 남자의 행동이 궁금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처음이었다.
작가소개
- 조은애
2006년 로맨스 소설계 입문. 최근작으로 <인어공주를 위하여>, <상야>, <왕자님과 나> 등이 있으며 그 외 작품 다수
권신 창의 손에 의해 부모와 떨어져 12살의 나이에 꼭두각시 임금으로 옹립된 임금, 세연. 겉으로는 우군인 척하며 창의 눈을 속이고 뒤에서는 자신의 신하들과 함께 바로 일어설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창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으킨 전쟁에서 자신이 멸망시킨 다비국의 공주, 가림과 마주치게 된 후 그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가림은 무감각하게 살아오던 자신과 똑같은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 창을 쓰러뜨리고, 더불어 죽어버린 가림의 마음을 되살려내기 위핸 세연의 노력이 시작된다.
“그건 이제 그대 것이야. 내가, 그대에게 준 것이다.”
보통 사람처럼 분노하고 경멸하고 눈물을 흘렸다면, 오히려 세연은 가림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녀가 절망감에 자결을 하더라도 자신의 계획을 꾸며나가는 것만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림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한쪽에 물감을 바른 다음 반으로 접었다가 펼친 종이처럼 똑같은 무늬를 가진 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맞닥뜨려버린.
“이상한가?”
가림은 그렇게 묻는 세연을 바라보며 낮게 대답했다.
“누가……이유 없이 뭘 준적 없어요.”
“그렇다면 내가 처음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세연은 한 발자국 다가가 가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한의 여인들처럼 비녀나 가채를 하지 않고 그냥 빗어 내린 긴 머리카락은 벌꿀에서 뽑아낸 것 같았다.
“상처는 다 나았나.”
가림은 대답하는 대신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나무껍질에 긁혀 까졌던 상처는 이제 다 아물어 딱지만 남아 있었다.
“그대는 언제쯤 알까.”
그 중얼거림에 담긴 의미를 가림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에 다가와 적요하지만 끊임없이 맴도는 세연이라는 남자의 행동이 궁금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처음이었다.
작가소개
- 조은애
2006년 로맨스 소설계 입문. 최근작으로 <인어공주를 위하여>, <상야>, <왕자님과 나> 등이 있으며 그 외 작품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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